
몸 상태는 좋지 않았지만, 다시 길을 나섰습니다
지난 1월, 영남알프스 7봉 완등을 목표로 영축산과 고헌산을 올랐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그리고 2월, 남편의 제안으로 이번에는 신불산과 간월산 두 곳을 하루에 이어 걷기로 했습니다.
사실 며칠 전부터 속이 좋지 않아 걱정이 많았습니다.
“과연 오늘 무사히 완주할 수 있을까?”
그래도 늘 그래왔듯, 서로를 믿고 천천히 걷기로 했습니다.
캠핑카에서 맞이한 새벽,
사슴농장에서 산행 시작
전날 미리 캠핑카로 이동해 정박한 덕분에 아침 7시부터 산행을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사슴농장에서 간월재까지 이어지는 약 6km 임로 구간은 시멘트길과 쇄석길이 반복됩니다.
차량 통행이 거의 없어 조용히 걷기 좋은 길이었습니다.
길 중간중간 놓여 있던 벤치와 쉼터의 문구들도 참 따뜻했습니다.
“인생은 소풍처럼”
짧은 한마디인데도 이상하게 마음이 편안해졌습니다.
보통 1시간 30분 정도 걸린다는 간월재까지 저는 두 시간이 걸렸습니다.
하지만 늦어도 괜찮았습니다.
우리의 산행은 기록보다 “함께 천천히 걷는 시간” 자체가 더 소중하니까요.



은빛 억새평원을 지나 신불산 정상으로
오전 9시 무렵, 간월재 대피소에 도착했습니다.
한 모금과 귤 하나로 잠시 숨을 돌리는데, 눈앞에 펼쳐진 억새평원이 정말 장관이었습니다.
이곳이 대한민국 100대 명품숲으로 불리는지 직접 느낄 수 있었습니다.


간월재를 지나 신불산으로 향하는 길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습니다.
끝없이 이어지는 계단과 능선이 체력을 계속 시험했습니다.
한 번 오르면 끝날 줄 알았는데, 또 능선이 나오고 또 계단이 이어졌습니다.
그래도 쉬었다 걷고, 다시 쉬었다 걷기를 반복하며 결국 정상에 도착했습니다.
정상에서는 간단히 파이 하나로 허기를 달랐고, 다시 간월재로 돌아와 늦은 점심으로 컵라면을 먹었습니다.
산에서 먹는 컵라면은 언제나 작은 행복입니다.


짧지만 강렬했던 간월산 구간
점심 식사 후에는 간월산으로 향했습니다.
간월재에서 정상까지는 왕복 1.6km 정도로 길지 않지만, 경사가 급하고 바위가 많아 만만한 코스는 아니었습니다.
특히 매끈한 돌길 구간은 긴장을 늦출 수 없었습니다.



.
중간에 만난 신비로운 규화목과 멋진 소나무들이 큰 위로가 되어주었습니다.
하지만 하산길에서 긴장이 풀렸던 걸까요.
계단 몇 칸 남기지 않은 순간 발을 헛디디며 아찔한 순간도 있었습니다.
다행히 크게 다치지는 않았지만 남편의 걱정 어린 잔소리를 한참 들어야 했습니다.
그리고 남편이 말했습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하자.”
원래 계획했던 죽림굴 성지 방문은 포기하고 그대로 하산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욕심내지 않았던 그 선택이 가장 잘한 결정이었습니다.


17km 완주, 그리고 또 하나의 감사
다시 6km 임로를 따라 천천히 내려왔습니다.
산행을 모두 마치고 확인한 총 거리는 약 17km.
몸 상태가 좋지 않았던 만큼 무사히 완주했다는 사실만으로도 감사한 하루였습니다.
몸은 힘들었지만, 은퇴 후 남편과 함께 걷는 이 길 위에서 우리는 또 다른 인생의 행복을 배우고 있습니다.


산행 정보 한눈에 보기
● 신불산 (1,159m)
▪︎ 특징
산림청 100대 명산이자 영남알프스의 중심 산군
웅장한 돌탑과 시원한 능선 조망이 매력입니다.
▪︎ 등산코스
사슴농장 ➔ 간월재 ➔ 신불산 정상 ➔ 원점 회귀
▪︎ 소요시간
왕복 약 4~5시간
▪︎ 난이도
중하
길은 비교적 완만하지만 거리가 길어 체력 안배가 중요합니다.
▪︎ 코스 팁
간월재 이후 이어지는 긴 계단 구간에서 무리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 간월산 (1,083m)
▪︎ 특징
짧지만 강렬한 암릉 코스
영남알프스 능선을 가장 시원하게 조망할 수 있는 곳 중 하나입니다.
▪︎ 등산코스
간월재 ➔ 간월산 정상 ➔ 간월재 원점 회귀
▪︎ 소요시간
왕복 약 1시간 ~ 1시간 30분
▪︎ 난이도
중
▪︎ 코스 팁
정상부 바위와 돌길이 많아 장갑 착용을 추천합니다.
● 주차 및 편의시설
▪︎ 주차
배내고개 공영주차장 이용
(주말에는 이른 도착 추천)
▪︎ 편의시설
간월재 대피소 화장실 및 매점 운영
ㅡ10:00 ~ 16:30 운영
ㅡ 라면, 음료 판매



산행 한 줄 기록
컨디션은 좋지 않았지만, 서로를 믿고 끝까지 함께 걸었던 하루.
영남알프스의 바람과 억새는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ㅡ
42년 교직 후, 남편과 함께 걷는 88뚜벅이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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